[구자룡의 본질을 꿰뚫는 마케팅] 마켓 4.0 시대,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있어야
아래 칼럼은 이코노믹리뷰 885호에 개제 된 글입니다.(온라인 승인 2017.10.12 18:05:35)
[구자룡의 본질을 꿰뚫는 마케팅] 마켓 4.0 시대,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있어야
글/구자룡 (주)밸류바인 대표, 경영학 박사
2017년 8월 영화티켓 구독 서비스 업체인 무비패스는 월 이용요금 9.95달러로 매일 한 편씩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비용으로 서른 편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비패스는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을까. 미치 로우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1년에 판매되는 영화관 티켓이 130억 장이다. 우리는 그저 줄줄 흐르는 데이터의 강물에 둑을 쌓은 것뿐이다”라고 했다. 여기에는 무비패스 이용객들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가치로 전환해 보조금 지급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숨어 있다. 영화관을 갖고 있지 않은 무비패스는 영화관이라는 아날로그 공간을 디지털로 연결해 빅뱅파괴를 예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든 아니든 간에 이미 우리 사회와 산업은 새로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 혁명이다. 경쟁의 본질이 바뀌고, 소비자 행동도 바뀌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기존 은행들 중에서 카카오를 경쟁사로 생각한 은행이 있었을까. 소비자들은 개인적으로 구매하던 습관에서 소셜 커뮤니티의 추천을 통해 사회적으로 구매하는 행동으로 변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에 가능한 변화다. 이런 환경을 마켓 4.0이라고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규모가 큰 건실한 기업이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한 바 있다. 지금 같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선제적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제품에서, 사업모델에서, 성장엔진에서 방향 전환을 통해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뿐이다”라고 했다. 문제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가다. 제주커피수목원 김영한 대표는 “변화는 위험하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65세에 은퇴한 이후 제주로 이주해 국내 최초로 커피를 노지에서 재배하고 있다. 모두가 수입산 커피만 마실 때 왜 커피를 수입에만 의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 커피 재배가 이제는 커피 껍질을 원료로 빚은 커피 와인까지 생산하고 있다. 커피 재배에서 와인 판매까지 6차 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고객 체험을 늘리기 위해 전시회와 같은 오프라인 현장을 찾고, 입소문을 일으키기 위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커피농부 스토리를 전파하고 있다. 아날로그 사업에 디지털을 결합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디지털 전환을 일으키는 마켓 4.0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비즈니스는 새로운 관점으로 사고할 때 새로운 기회가 온다. 기업의 규모나 사업 자금의 규모가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하는 통찰과 실천이 변화를 선도하는 핵심이다. 변화는 대체로 새로운 기술에서 시작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와 클라우딩, 3D 프린팅과 퀀텀 컴퓨팅, 사물인터넷과 센서 등 새로운 기술로 인해 시장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케빈 켈리는 ‘기술의 충격’에서 “기술은 하나의 방향성이다”라고 했다. 누가 개발했던 그 기술의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을 일종의 제2외국어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술은 알면 편하고 모르면 불편하다. 스마트폰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이제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누가 더 잘 그 기술을 활용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동안 우리는 오감에 의존해서 생활해 왔다. 마켓 4.0 시대에는 기술이 없는 오감으로는 더 이상의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오감에 더해 육감이 필요하다. 육감은 우리의 신체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의 감각이다. 오감을 더욱 강화시켜줄 수 있는 하나의 감각이 더 필요한데 바로 기술 활용이다.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로 구현된 본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감각으로 새로운 시대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 변화는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우리가 선택하면 기회가 된다.
©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