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산책] 낯선 서울브랜드서 찾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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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 쏟아진 ‘I·SEOUL·U’… 새로움에 대한 거부감 큰 탓
도시 브랜드는 특정 고객만을 위한 브랜딩이 되면 안 된다. 도시 브랜드는 현재 거주하는 주민들뿐 아니라 방문객, 그리고 그 도시에 살고 싶어 하고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맞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도시가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과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도록 브랜딩해야 사랑받는 도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최근 새로 확정된 서울 브랜드 ‘I·SEOUL·U’는 아직 브랜딩 활동을 하지 않은 갓 태어난 갓난아기와 같다. 그것도 서울특별시라는 도시 명칭, 즉 브랜드네임이 아니라 서울을 전 세계에 마케팅하기 위한 도시 브랜드를 개발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를 서른 살 청년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30년 후 서울의 모습이 세계인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면 좋을지가 중요하다. 현재의 서울에서 미래의 서울을 구상하고 그 구상에 걸맞은 준비를 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새로 만들어진 서울 브랜드가 어색하고 거북할 수 있다. 광고인 김홍탁이 “대체로 새로운 것치고 위험을 무릅쓰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새로운 것은 당연히 이전에 못 보던 것이기에 익숙지 않고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 때문에 빨리 전파되고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 새로움마저도 곧 익숙해진다”고 말했듯이 새로움 앞에 너무 두려워할 문제는 아니다.
지난 6월 모 광역자치단체에서 새로운 슬로건으로 제시한 ‘BRAVO’는 어떤가. 새롭지 않아서 익숙할지 모르겠다. 새 서울 브랜드는 선포 이후 10여일 만에 수많은 사람이 ‘I·괜찮아·U’ ‘I·오뎅·U ‘등 다양한 패러디를 통해 재미있게 활용하고 있다. 오픈소스 브랜딩이라는 방식을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시민들은 이미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으며 새로움에 익숙해지고 있다.
서울은 한해 863만명이 방문하는 세계에서 열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다. 그리고 방문객 2,000만명을 목표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제는 시민의 삶만을 추구하는 도시의 규모와 내용을 넘어섰다. 글로벌 도시로서의 새로운 위상이 필요하다.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새로운 포지셔닝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도시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발전과정을 거쳐왔기에 비슷한 정체성 요소를 갖고 있다. 따라서 도시 브랜딩을 하려면 그 도시만의 차별화된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도전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만의 차별화가 필요한데 그것이 무엇이 돼야 할지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1년 이상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한 것으로 안다. 그 결과 공존과 열정과 여유라는 정체성 요소가 핵심가치로 도출됐다.
서울의 핵심가치를 고려한다면 서울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은 아마도 ‘열정적이고 여유 있는 도시’가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서울을 통해 자신을 나타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를 표현하는 도구의 하나로 ‘I·SEOUL·U’라는 도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서울이라는 도시를 전 세계에 마케팅할 수 있는 전략적 요소가 준비됐을 뿐이다.
새로움 앞에 불편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를 극복하고 이해관계자 모두 핵심가치를 누리는 일은 함께 만들어갈 때 가능한 것이다. 서울의 미래 경쟁력과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여유롭게 공존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중심에 서울 브랜드가 있다. 새로운 서울 브랜드를 통해 모두 그 가치를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 서울 브랜딩이다.
구자룡 밸류바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