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의 본질을 꿰뚫는 마케팅] 고객은 문제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 해결을 원한다
[구자룡의 본질을 꿰뚫는 마케팅] 고객은 문제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 해결을 원한다
구자룡 (주)밸류바인 대표, 경영학박사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가장 단순한 사고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마케팅 방법으로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하고 제품의 특장점을 소개하여 고객에게 구매에 따른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이렇게 잠재고객이 우리의 고객이 되면 기존 고객이 되어 지속적으로 재구매를 해준다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재구매는 기본적으로 특정 기업과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을 때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재구매가 이루어진다면 그다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게 되고 이러한 일련의 고객 행동으로 인해 기업은 추가적인 마케팅 활동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속적인 경영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기존 고객이 이탈하여 우리와 멀어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에 대한 불평행동과 나쁜 구전으로 인해 우리에게 크나큰 손실을 안겨주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러한 상황을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객은 어느 날 갑자기 떠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행위를 한다. 여기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부분은 만족하게 되고 고객으로 남아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에게 보다 높은 만족을 제공하여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 곳을 우리는 밸류존(Value Zone)이라고 한다. 바로 고객센터와 같은 고객 접점을 말한다.
최근에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국내 법인에서 온라인으로 ‘윈도우 10’을 구매했다. 신용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전표(부가세 포함)를 발급받고 싶어서 홈페이지의 관련 내용을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그래서 고객센터로 전화했다. 구매 처리는 한국 법인에서 하지만 영수증 발급은 환율 문제로 미국 법인에서 처리한다고 했다. 그래서 부가세 환급이 안 된다고 했다. 이 문제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특히 기업 구매인 경우에 자주 받는 질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조치도 없었다.
그리고 애플 맥북프로에 윈도우 10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 윈도우 OS를 완전히 포맷하고 최초 설치를 시도했다. 수차례 시도를 해보았지만 오류가 계속 나서 고객센터로 다시 문의를 했다. 그런데 첫마디가 노트북이 애플이기 때문에 애플에 문의하라고 하면서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구매 취소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물론 구매를 취소하고 옛 버전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이미 구매했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대도 컸기에 꼭 설치하고 싶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던 중에 가상 컴퓨터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인 패러렐즈에 문의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윈도우를 만든 회사도 아닌데 도움을 줄까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다급한 마음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는 패러렐즈였지만 한글 홈페이지도 없고 고객의 문제를 접수하는 창구도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페이스북의 메시지에서 한글로 문의를 했다. 이때가 2016년 7월 27일 오전 11시 7분이었다. 5분 후 영어로 답신이 왔다. 이어서 원격 접속을 할 수 있는 이메일이 왔다. 이후 원격 접속과 국제전화, 그리고 구글 번역기로 소통하면서 대략 1시간가량 설치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해피콜로 만족도 조사를 할 때 당연히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상담원에게 특별히 감사하다는 글을 추가로 남겼다. 참고로 윈도우의 가격은 패러렐즈의 3배 정도이다.
어떤 고객센터는 고객의 문의에 매뉴얼에 적힌 문장을 읽어주는 정도로 조치를 했다. 어떤 고객센터는 정반대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국제전화와 번역기까지 동원하여 끝까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경험을 통해 고객센터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고객센터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서이다. 그리고 고객만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할 것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고객센터는 밸류존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곳이다. 기존 고객으로 남느냐 아니면 이탈 고객이 되느냐의 갈림길에 선 고객의 손을 잡을 수 있어야 진정한 고객센터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은 문제에 대한 조치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이다.
위 칼럼은 이코노믹리뷰 847호에 개제된 글입니다.
승인 2017년 01월 19일 18: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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