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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의 본질을 꿰뚫는 마케팅] 트렌드 분석의 본질은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아래 칼럼은 이코노믹리뷰 899호에 개제 된 글입니다.(온라인 승인 2018.01.24  08:06:57)

[구자룡의 본질을 꿰뚫는 마케팅] 트렌드 분석의 본질은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글/구자룡 (주)밸류바인 대표, 경영학박사

시장의 변화, 고객의 변화, 사업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는 사업을 하거나 기획 업무를 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다. 잘만 파악하면 신사업이나 신제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그것도 시장을 리드하는 선발자로 독점적 지위를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는 멋진 일이 된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가 지금 서점에 단행본으로 즐비하게 펼쳐져 있다. 한마디로 트렌드의 홍수에 빠져 탈출할 수 없을 지경이다. 트렌드가 트렌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트렌드의 본질은 사라지고 출판 마케팅의 일환이 된 느낌이다. 손쉽게 트렌드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오히려 선택의 역설에 빠지게 한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트렌드를 아는 것이 아니다. 사업에 진정한 기회가 되는 트렌드를 남들이 알기 이전에 자기만 알아야 의미가 있다. 공개된 트렌드는 트렌드일 뿐 사업 기회가 될 자기만의 트렌드 파악이라고 할 수 없다.

트렌드 관련 서적들 ⓒ구자룡

일반적으로 트렌드는 유행이나 경향, 추세를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행을 따라가는 소비를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시대에 앞서간다는 의식 역시 소비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가나 마케터 입장에서 본다면, 유행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해 있다는 반증이다. 이미 메가트렌드가 된 것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기회가 아니라 위기가 곧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유행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성공 비즈니스의 오래된 금언이다. 이제 유행이 아니라 진정한 트렌드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트렌드란 유행이 아니라 ‘예측’이 되어야 한다. 물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측의 정확도 역시 매우 낮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트렌드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은 흔적을 남긴다. 흔적 같지 않은 흔적을 찾아 그 흔적이 유행이 될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마크 펜이 제시한 ‘마이크로트렌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트렌드는 소수의 열정적 집단이 동조하는 작은 변화를 말한다.

예를 들면 2018년 트렌드로 언급된 것 중에 ‘언택트 기술’이라는 것이 있다. 언택트는 접촉을 의미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뜻인 ‘언(Un)’을 조합한 신조어로 소비자와의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비대면으로 관련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언택트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비즈니스를 우리는 지금이 아니라 이미 10여 년 전부터 경험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로 보이지만 사실 비대면 서비스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방식이다. 쇼핑, 식사, 여행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되고 있어서 사실 새로운 트렌드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이미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을 하고 있다면 빨리 이런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만약 지금 이 트렌드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면 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관련 기술과 소비습관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트렌드 분석을 하는 목적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따라서 트렌드 분석은 경향이나 유행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을 통해 미래 도래할 사업을 선도적으로 개척하기 위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애플에서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2007년에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사용자가 4000만명 정도였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에서 블랙잭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10만명 정도의 사용자가 있었다.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0.25%였다. 당시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 이통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얼리 어답터일 뿐이고 잠시 유행하다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2년의 시간이 그냥 흘러갔다. 2009년 말 다급하게 스마트폰 체제로 돌아선 삼성전자는 그마다 다행으로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80% 정도를 애플에 내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가라면, 마케터라면 메가트렌드가 아니라 마이크로트렌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가 이미 분석해 놓은 트렌드가 아니라 자기가 시장을 예측하고 트렌드를 만들어가야 새로운 기회가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때 트렌드 분석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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