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2019.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한빛비즈, 2019.
글/구자룡 밸류바인 대표컨설턴트
이 책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2년간 아마존에서 실제 근무한 한국인 박정준 이지온 글로벌 대표가 쓴 책이다. 첫 출근부터 퇴사까지 아마존에서 일을 하며 경험한 내용을 아마존과 창업자인 베조스의 정신과 철학에 견주어 사실적인 관점에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수많은 기사와 자료, 그리고 책자로 소개된 아마존에 대한 무수한 소문들을 현장의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이 어떤 회사인지,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운영되는지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라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서 대학을 나오고 아마존에 입사하면서 겪게 되는 직장인의 애환과 경쟁을 하며 성장하고 또 고민하고 갈등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아마존의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이 매끄럽다. 힘을 빼고 글을 쓴 노련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제삼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경험한 당사자의 이야기 이기에 울림이 더 큰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특히 현재 직장생활에 고민이 많다면, 그리고 아마존의 혁신과 경영 이면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볼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아마존의 문화와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 데이원(Day 1) : 인터넷 시대의 첫날에 살고 있다.
- 도어 데스크(door desk) : 베조스 회장이 아마존을 창업할 때 문짝으로 책상을 만든 일화에서 시작해 지금은 혁신과 짠돌이 정신의 상징이 된 도어 데스크
- 인테그리티(integrity) :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 even when no one is watching)’이다.
- 6 페이저(6-pager) :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가 아니라 보고용 내레이션 문서를 통해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과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를 한다.
- 아마존의 14가지 리더십 원칙 : 원칙이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원칙을 믿고 공유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 : 여든이 되었을 때 후회를 최소화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주요 내용>
p.22. 베조스 회장이 아마존을 창업할 때 문짝으로 책상을 만든 일화에서 시작해 지금은 혁신과 짠돌이 정신의 상징이 된 도어 데스크(door desk)
p.25. ‘세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인 회사(Earth’s Most Customer-Centric Company)’라는 아마존의 슬로건
p.26. 아마존이 이토록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가 현재 인터넷 시대의 첫날에 살고 있다는 ‘데이원(Day 1)’ 정신이 있다. 그리고 그 정신에 비추어 이미 오래전부터 아마존의 정체성을 ‘소프트웨어 회사’로 규정해온 것이다.
p.26. 당시 월마트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인 아마존이 왜 앞으로 월마트를 앞지를 수밖에 없는지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논증한 것인데, 이유인즉 땅값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르는 데 컴퓨터는 갈수록 싸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27. 아마존은 교육이나 연수를 통해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인이 된 증표인 회사의 주식을 준다.
p.39. 아마존은 기본적으로 예의나 복장, 어투, 태도보다는 능력과 다양성 그리고 인테그리티(integrity)가 중시되는 사회였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옳은 일을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 even when no one is watching)’이다.
p.43. 한마디로 아마존은 말과 행동의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군더더기 없이 명료한 곳, 능력과 청렴성이 우선인 곳, 주체적으로 일하는 곳, 그리고 원칙이 정말로 지켜지는 곳. 이것이 내가 받은 아마존의 첫인상이다.
p.72. 예기치 않는 실패나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이후 혁신 과정을 통해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p.79. 아마존의 사내 슬로건은 ‘Work Hard, Have Fun, Make History’이다.
p.96. 아마존에는 ‘기술적 채무(technical dept)’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는 당장의 쉬운 방식으로 대충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시간이 가면서 이자가 붙어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p.102. 아마존에서는 판매자 수가 수백 명이더라도 각 제품은 아마존상에서 단 하나의 제품번호(Amazon Standard Identification Number : ASIN)와 고유의 페이지를 갖게 된다. 아마존에서는 판매자가 아니라 제품이 페이지에 대한 권위를 가진다.(이를 제품 권위(item authority)라고 불렀다.)
p.105. ‘거꾸로 소비자로부터 시작하라(Start with the customers and work backward)’는 말이 있다. 손익이나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기에 앞서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할지, 어떤 결정이 더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따라 회사가 할 일을 정하는 것이다.
p.110. 다양한 제품, 좋은 가격, 빠른 배송, 편리한 고객 경험의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꼽은 숨은 공신은 시대를 앞서간 개인화(personalization)와 실시간 추천(real-time recommendation)이다.
p.113. 아마존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실로 엄청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마존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클릭스트림(clickstream, 인터넷상의 일련 행동정보)이 초대용량 데이터 분산처리 시스템에 빠짐없이 저장되며 실시간으로 기계학습을 통해 더 나은 구매 경험을 위해 활용된다.
p.113. 구글이 검색 관련 정보의 일인자이고 페이스북이 관계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아마존만큼 구매와 직결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p.115. 유통 백서에 따르면 아마존을 방문한 소비자의 구매전환율은 13퍼센트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평균 6.2퍼센트를 두 배가량 웃돌고 있다.
p.116. 아마존은 개별적 고객의 행동을 사찰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집합적 고객 정보를 추천을 위해 활용한다. 또한 저장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제품을 추천할 때에는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즉, 단순히 ‘추천상품’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는 대신 ‘당신의 구매내역에서 영감을 얻은 상품들’, ‘이 제품을 살펴본 고객들이 살펴본 다른 상품들’과 같이 정확히 왜 해당 상품들이 고객에게 추천되었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하여 불쾌감이 아닌 편리함과 신뢰를 더 하는 것이다.
p.126. 베조스 회장이 이야기하던 “한 명의 고객에게 베푼 호의가 백 명의 고객을 데리고 온다”는 말이 있다.
p.153. 플라이휠(flywheel)이라고 부르는, 이 회전하는 바퀴 그림은 회사 설립 초기에 베조스 회장이 고안한 뒤 매주 모든 사원에게 상기되는 아마존의 사업 성장 모델이다.
p.154. 플라이휠 그림
p.155. ‘세상에서 가장 큰 가게(World’s Biggest Store)’나 ‘모든 것을 파는 가게(Everything Store)’라는 별명처럼 아마존은 전 세계에 구매 가능한 모든 것을 파는 가게가 되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데, 2018년 기준 6억 가지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p.161. 아마존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을 더 낮은 비용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재투자한다.
p.172. 아마존은 2018년 5월 기준 700개가 넘는 현대화된 거대 물류창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총면적은 강남구의 절반 정도가 되는 막대한 크기다.
p.186. 베조스 회장은 “혁신에는 마지막 금덩이가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골드러시의 비유가 잘못된 것임을 꼬집는다. 그 대신 19세기에 인류가 전기를 발명하고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전기가 우리 삶에 가져다준 혁명에 인터넷을 비유했다.
p.187. 나는 이 데이원 정신이야말로 아마존이 이 시대에 존재하는 이유이자 수많은 새로운 혁신 사업들을 선도하며 성장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p.192. 아마존의 방식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필수적인 마케팅 이외에 회사 브랜드를 위한 미디어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다.
p.196. 발표자가 열정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장면은 아마존에서 보기 힘들다. 그 대신에 사용하는 것이 6 페이저(6-pager)라고 부르는 A4 용지 여섯 장 짜리 내레이션식 문서다. 이 6페이지는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별다른 추가 설명 없이 끝까지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로 설명하듯이 써야 한다. 베조스 회장은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은 발표자에게는 편리하고 청중에게는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한다.
p.197. 프로포잘 형식의 6 페이저 구조
- 배경과 질문
- 질문에 답하기 위한 접근 방식(누가, 어떻게, 그리고 예상되는 결과)
- 접근 방식 간의 비교
- 앞으로 취할 행동,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고객과 회사에 혁신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설명
p.198. 아마존에서 많이 쓰이는 문서는 신문 기사 형태의 글이다. ‘거꾸로 소비자로부터 시작하라’는 모토에 맞게 아마존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담당자로 하여금 그 결과물이 세상에 나올 때 보도될 기사를 문서로 쓰도록 요구한다. 기사는 독자의 관점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함축하여 설명하기 때문에 이런 작업은 모든 팀이 동일한 목표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함을 가진다.
p.201. 아마존은 ‘고객 추천 상품’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어떤 경로로 왜 추천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p.204. ‘네가 만든 개밥을 먹어봐’ 또는 ‘도그 푸딩(dogfooding)’이라고도 부르는 재미있는 미국 숙어는 개밥 만드는 회사가 자신들이 만든 개밥을 직접 먹는다는 뜻으로, 주로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회사 내에서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경우를 빗대어 쓰는 말이다. ~ 기업에게 도그 푸딩이 중요한 것은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p.217. 아마존 사원들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p.225. 아마존의 14가지 리더십 원칙
- 고객에 집착하라
- 주인의식을 가져라
- 발명하고 단순화하라
- 리더는 정확하고 옳아야 한다
- 배우고 호기심을 가져라
- 최고의 인재를 뽑아 육성하라
- 최고의 기준을 추구하라
- 크게 생각하라
- 신속하게 판단하고 실행하라
- 절약하라
- 신뢰를 구축하라
- 깊게 파고들어라
- 강골 기질 : 반대하되 헌신하라
- 결과를 만들어라
p.225. 원칙을 가진 회사들은 많지만 그 원칙을 사원 모두가 함께 믿고 공유하는 회사는 드물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은 회사 내에서 내려지는 결정들에 대해 마치 십계명과 같은 권위를 갖는다.
p.233. 럭비는 일반 축구와 달리 공이 땅에 닿을 때까지 지속되는 짧고 유동적인 단위로 진행되는데 이 단위를 스프린트(sprint, 전력질주)라고 한다. 각 스프린트 사이마다 게임이 중단되고 팀은 상황과 전략에 따라 전열을 가다듬어 다음 스프린트에 적용할 팀의 진영과 각자의 역할을 정한다. 이런 특징들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용한 것이 스크럼 프로세스이며, 이는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론이다.
p.235. 아마존 복도에는 포스트잇 메모지가 수두룩하게 붙어 있는 벽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스크럼 보드라고 불리는 스크럼 프로세스의 상황판이다. 메모지들은 주로 ‘할 일(To Do)’, ‘진행 중(In Progress)’, ‘테스트 중(QA), ‘완료(Done)’ 등으로 구분되어 있고, 각 메모지에는 한 명의 개발자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작업 하나가 적혀 있다.
p.255.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지표 중 하나인 전환율(conversion rate, 방문자 대비 구매자 비율)이 하루 사이에 급락한 것이다. 다시 말해 방문자 수는 비슷한데 구매자 수가 현저하게 줄어버린 상황이었다. 나는 실시간 데이터 시각화 및 분석 툴인 태블로를 사용해 문제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데이터 시각화 유형 중 하나인 트리 맵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금세 알아낼 수 있었다. ~ 잘 팔리지 않는 세 가지 상품 페이지로 수많은 방문객들이 몰리는 상황이었다. 한 단계 깊게 정보를 살펴보니 메인 페이지와 광고들이 이미 완판이 된 상품의 페이지로 방문객들을 보내고 있었다.
p.263. 계획과 실행을 구분하고 방향성을 잃지 않는 동시에 당장의 할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 거대한 제국이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는 이유이자 내가 닮고자 하는 아마존의 방식이다.
p.275. 문제를 정확히 글로 적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집중하면 우리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p.291. 베조스 회장의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Regret Minimization Framework)’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것은 2010년에 자신의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의 졸업 축사에서 한 이야기인데, 쉽게 말하면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그의 삶의 공식이다.
p.292. “세월이 지나 여든이 된 제 자신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조용한 방에서 저는 지난 삶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의 목표는 그 시점의 제가 후회할 일의 개수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제가 인터넷이 가져올 시대의 흐름을 믿고 도전했던 순간을 결코 후회 할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반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미래의 저는 미치도록 괴로워할 것임을 그때 알았습니다.”
p.305. 현재 700만 명가량의 판매자들이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파는 물건의 매출액은 아마존에서 발생하는 총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p.332. 인터넷 시대의 첫날에 살고 있다는 데이원 정신에서 시작된 아마존의 씨앗은 ‘고객 중심’, ‘절약정신’, ‘인테그리티’, ‘본질 추구’, ‘장기적 관점’, ‘도그 푸딩’, ‘행동주의’, ‘실패를 통한 혁신’, ‘끊임없는 효율 추구’와 같은 원칙 위에 거대한 나무를 넘어 숲이 되었다.
p.333. 아마존이 실패한 모든 사업들은 ‘다른 이를 따라가는’ 것들이었다. 반면 아마존이 자기가 가진 기반 위에서 다른 이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 사업들은 모두 아마존뿐 아니라 나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