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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트렌드] 공짜로 나누어 주고도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글. 구자룡(밸류바인 대표/경영학박사)  

공짜 마케팅(free marketing)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많이 팔기위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부 공짜로 제공하는 것으로 세일즈 프로모션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질레트(Gillette)는 면도기를 무료로 주는 대신 그 면도기에서만 교환이 가능한 면도날을 별도로 판매했는데 아마도 이것이 소모품으로 수익을 창출한 최초의 공짜 마케팅일 것이다. 일명 ‘면도기-면도날(razor-razor blade)전략’이라고 한다. HP 역시 프린터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대신 소모품인 잉크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최근에는 온라인서비스 회사들과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서도 이와 유사한 프리미엄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CJ E&M의 인터넷 야구게임인 ‘마구마구’는 무료서비스이지만 재미와 볼거리를 더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한다. 앱 스토어에 등록한 많은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들은 라이트 버전에서는 주요 기능만 가능하고, 추가 기능을 원하는 사람은 유료 버전을 사용하도록 유도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그렇다면 과연 공짜 마케팅으로 무난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돈 안 주고 공것으로 생기는 것이면 무엇이나 즐겨 먹는다는 의미인데 여기에는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경계하듯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영어 속담도 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하면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시장에서 기회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공짜 점심이란 없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마케팅 도구로 등장한 공짜 마케팅

공짜 마케팅의 방법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미끼 상품을 이용한 방법이다. 그리고 특정한 날에만 특별 할인이나 공짜로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무료 쿠폰을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샘플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벤트를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 공짜 마케팅을 전개한 대표적인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일본 게이오대학의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학내 시설은 복사가게 ‘타다카피(Tadacopy)’다. 일본어로 ‘공짜 복사’라는 뜻을 가진 이 가게는 복사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그 대신 복사지 뒷면에 기업체나 학교 인근 가게들의 광고를 실어 수익을 올린다. 게이오대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2006년 4월 처음 문을 연 ‘타다카피’는 현재 일본 101개 대학에서 무료 복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처 : blog.kaetsu-pr.net

출처 : blog.kaetsu-pr.net

면도기 브랜드 ‘쉬크(Schick)’는 2012년 1월 국내 대형 마트 등에서 신제품 ‘하이드로’를 10만 명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해서 그 가치를 실감토록 한다는 체험 마케팅의 일환이다. 여기에는 한 번 고객이 되면 필요한 소모품을 계속 구입하게 되는 ‘록-인(lock-in)’ 전략도 숨어 있다. 존슨앤존슨의 혈당측정기인 ‘원터치’도 기존 혈당측정기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제공하는 대신, 혈당을 측정할 때 꼭 필요한 채혈침과 채혈시험지를 별도로 파는 방법으로 영업이익을 30% 가까이 올렸다.

출처 : www.schick.com/

출처 : www.schick.com/

 

공짜 마케팅도 이제 전략적으로 해야
공짜 마케팅에 대한 접근은 마케터 관점과 소비자 관점으로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케터는 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여 소모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소비자는 제품이 필요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무료라는 미끼로 인해 구매결정에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인 가격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소모품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질수록 속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이점이 문제이다.
소비자들이 공짜 마케팅을 전개하는 기업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접근이어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공짜 프린터를 주고 잉크를 사게 하거나, 면도기를 나눠주고 면도날을 사게 하는 ‘끼워 파는(bundle-sell) 방식’보다는 기본 서비스는 공짜이지만 프리미엄 버전에는 비용을 청구하는 ‘프리미엄 유료 판매(up-sell)’ 방식이 보다 좋은 공짜 마케팅이다.
그리고 공짜 마케팅도 보다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경쟁사가 공짜 마케팅으로 공짜시장을 만든다면, 그리고 그 흐름을 돌이킬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에 따라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출혈경쟁으로 공멸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변화가 오기 전에 먼저 변화를 만들어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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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현재 밸류바인의 대표이며,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컨설팅, 조사연구, 데이터분석 그리고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저술한 책으로는 '지금 당장 마케팅 공부하라', '마케팅 리서치', '한국형 포지셔닝', '공공브랜드의 전략적 관리', '시장조사의 기술' 등이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켓 센싱 및 인사이팅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