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실패한 마케팅에서 배우는 12가지 교훈

failure-marketing

조원익 지음, 위즈덤하우스, 2005년 10월 10일


글/구자룡 밸류바인 대표컨설턴트ㆍ경영학 박사

 

실패한 기업, 실패한 전략, 실패한 마케팅, 실패한 브랜드 등 실패한 내용을 주제로 한 책이 이전에 책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은 우리 출판계에서 실패한 마케팅을 책으로 냈다는 것은 일견 모험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보다도 그러한 도전을 한 이 책의 저자인 LG생활건강의 조원익 상무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는 생활용품 전분야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가진 현직 마케터로 평가 받고 있는 분입니다. 특히 직접 수행했거나 지켜보았던 브랜드의 생로병사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한 경험을 중심으로 집필 되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보석과 같은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로 실패한 마케팅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공사례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공사례는 실제 상황에서 적용가능성이 떨어지는 데 비해, 실패사례는 꼼꼼히 분석해보면 실패하지 않을 방법뿐 아니라 성공하는 방법까지 알아낼 수 있어서 현실적으로 더 많은 도움을 줍니다. 사실, 한 번 저지른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 마케팅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마케팅 분야에서의 실패는 자칫 잘못하면 회사의 문을 닫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대다수 기업들이 실패한 사례를 들쳐내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는 현실에서 실패 사례를 통해 동일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보기 드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유형을 들어 실패와 실수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패의 경험은 성공으로 판명된 결과 만큼 소중하며, 실제로 성공보다는 실패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실패나 실수는 인정하기도 어렵고 스스로 그 원인을 드러내 보이기도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피죤과 샤프란, 화통과 애니콜, 위스퍼와 화이트, 식물나라, 테크와 한스푼 그리고 비트, 우지라면, 불량만두소, LG김장독, 마이더스, 하이주, 랜슬럿, 라끄베르, 페리오, 휘센, 가그린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들을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사례들을 무조건 실패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케팅의 성과를 성공과 실패로 가늘 수 있는 측정방법과 측정지표가 확정되어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가에 따른 다른 평가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과정으로 이어지는 전체 프로세스 즉, 신제품의 출시에서부터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활동, 그리고 경우에 따라 시장에서 폐기될 때까지의 전반적인 활동들을 평가하고 어떤 점이 문제가 있고 어떤 것을 고민하지 못함으로써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동일한 실수를 두 번 다시 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논리적이며 학술적인 접근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밟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사례중심의 단편적인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보편 타당한 일반적인 주장으로 과연 제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점은 이 책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들에게 이 한계를 뛰어넘고도 남을 통찰력을 제공해 주고 있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소비재인 생활용품 중심의 사례를 통해 마케팅 전반적인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브랜드 컨셉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문제와 소비자 욕구의 변화 및 환경에 맞춰서 변화해야 한다는 것 간에는 일견 모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케팅은 어떤 하나의 전략, 하나의 방법, 하나의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모든 전략과 방법과 수단들이 함께 어우러져 전략적 연계성이 이루어질 때 보다 용이하게 성공으로 다가갈 수 있으며, 또한 실패를 줄여주기도 합니다. 때문에 소개된 사례의 한 내용을 가지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내용이 전개되는 과정과 그 제품 및 산업의 특성과 시대적인 상황 등을 두루 살피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높은 산의 입구에서 산길을 찾아 들어가면서 사실 볼 수 있는 것은 나무와 땅바닥 밖에 없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오히려 나무와 땅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숲과 산등성이만 볼 수 있습니다. 나무와 땅바닥만 보고, 또는 숲과 산등성이만 보고 산을 종합적으로 이야기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즉, 숲과 나무를 함께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마케팅 담당자는 신의 경지에 이르러야 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아닙니다.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마케팅 책임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각 악기의 특성과 단원들의 능력을 절묘하게 조절하여 훌륭한 음악이 연주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게 모든 문제를 원만하게 창의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 역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마케팅의 단편적인 실패 사례를 통해서 의미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필요한 어떤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나 점검 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줍니다. 특히 마케팅에서는 아 다르고 와 어 다른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다양한 사례와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측면에서 모든 내용이 아니라 내게 지금 필요한 어떤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Copyright ⓒ 구자룡. All rights reserved.
본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저자의 동의 없이 무단 전재, 복사 및 배포를 금합니다.

 

구자룡

현재 밸류바인의 대표이며,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컨설팅, 조사연구, 데이터분석 그리고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저술한 책으로는 '지금 당장 마케팅 공부하라', '마케팅 리서치', '한국형 포지셔닝', '공공브랜드의 전략적 관리', '시장조사의 기술' 등이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켓 센싱 및 인사이팅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