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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마케팅조사에 대한 새로운 통찰

글. 구자룡(밸류바인 대표/경영학박사)

마케팅조사에 대한 새로운 생각

기업 경영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 중에는 재무적인 지표를 이용한 경영분석 결과물이 있다. 즉, 회계 처리에 의한 분석결과물을 통해 계획적인 경영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물은 과거의 결과지표로 미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영자나 마케터에게 유용한 정보로써는 기본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결과물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다양한 조사에 의한 통계치일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거시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가 개별기업의 경영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직접적인 정보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각 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마케팅조사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마케팅조사에 대한 연구방법론과 분석기법이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지만 실무자들이 편하게 통계 결과물을 이용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해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좀 더 전략적으로 통계 결과물을 업무에 활용할 수 없을까? 기존에 많은 조사결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여 성공적인 마케팅 성과를 이룬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조사결과를 활용하고자 하는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은 자신의 저서(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BRAIN VIEW))에서 ‘우리는 시장조사에 수십억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고객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엑스레이 광선 같은 것을 이용해 고객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그래서 고객의 진정한 욕구를 알아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한바 있다.

오늘날 우리들은 고객의 진정한 욕구를 알아보고자 수많은 조사를 하고 또 그 결과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하루에도 수십 종류의 보고서를 접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조사결과 중에서 과연 쓸 만한 내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기업에서 실시하는 마케팅조사의 80% 이상은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거나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려진 결론을 확인하는 작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즉, 마케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사 보다는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의 자기 확신을 검증하는 차원으로 마케팅조사가 진행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나 마케팅 담당자의 고정관념이 시장의 실패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 마케팅조사에 대해 방법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그 결과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마케팅조사에 대한 고정관념

먼저 한 예를 살펴보자. 국내 굴지의 가구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마케팅조사를 진행하면서 과거에 조사된 관련 보고서를 열람하고자 했다. 그때 해당 실무 담당자로부터 “우리가 자주 조사를 하지만 쓸모 있는 자료는 없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 보고서에 과연 쓸모 있는 자료가 없었을까? 아니다. 내용을 검토한 결과 우리가 조사하고자 했던 내용의 많은 부분들이 이미 조사된 바 있고, 마케팅 관점에서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내용들도 상당히 많이 들어 있었다. 문제는 조사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내부 전문가 혹은 실무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단지 마케팅조사를 관행적으로 수행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무엇이 문제인가? 다시 한 번 마케팅조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왜 마케팅조사를 하는 것인가? 아마도 마케팅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장에 대해, 소비자에 대해 잘 모를 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조사의 결과물을 읽어보면 원하는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 일수 있다. 조사설계가 잘못되어서, 분석이 잘못되어서, 해석이 잘못되어서 그럴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케팅조사 결과를 이용하여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왔었다. 특히 설문조사에 의한 통계치를 의사결정을 위한 결정적인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마치 절대적인 기준인양 무절제하게 사용함으로써 전략적 오류를 범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마케팅 실패는 대부분 이러한 결과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통찰의 잘못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사결과 및 통계정보는 중요한 마케팅 의사결정을 위한 기초 및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단편적인 결과가 아니라 숫자(통계치) 이면에 있는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어 전략적으로 마케팅 의사결정에 활용하여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구술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듯이 여러 단편적인 숫자들 속을 관통하는 능력, 즉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마케팅 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은 조사 자체가 아니라 조사결과에 대한 통찰력이다.

그리고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소비자, 특히 소비자 구매의사결정은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은 구매 대상 제품의 주요 속성들을 나열하고 각 속성별로 중요성을 평가한 다음 속성별로 비교대상 제품들의 우수성을 평가하고, 마지막으로 평점을 계산하여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와 같은 구매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구매하고 있다.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매결정 과정은 습관이나 기타 무의식적인 동인에서 비롯되며 소비자들의 사회적이고 물리적인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거의 자동화된 과정이라고 한다.   

마케팅 담당자들 역시 일상생활에서는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로서 자신의 구매의사결정은 무의식적으로 하면서 담당하고 있는 제품의 담당자가 되면 그 제품의 소비자들은 합리적으로 구매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모순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유는 마케팅 현상을 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상급관리자나 경영자에게 자신의 지식과 논리성을 강조하여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또는 상급관리자나 경영자가 그러한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정 유능한 경영자는, 또한 진정 유능한 마케팅 담당자는 지식과 논리가 아니라 미래의 시장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기존의 마케팅조사가 잘못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조사의 결과를 사용하고자 하는 담당자들이 진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치가 아니라 그 속에 들어 있는 소비자의 진정한 욕구, 숨어있는 욕구를 읽어내고 시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정보이다. 즉, 표층적인 정보가 아니라 심층적인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마케팅조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

먼저 마케팅조사(Marketing Research)는 ‘마케팅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와 기회에 대한 규명 및 해결과 관련하여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보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수집하며, 분석하고, 보급하며, 사용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마케팅조사를 ‘회사가 당면한 특정 마케팅 상황에 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기획, 수집, 분석하고 보고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다시 정리하면, 마케팅조사는 체계적으로 조사 및 분석하여 필요한 결과를 얻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단, 그 과정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마케팅조사의 바람직한 목표는 소비자(혹은 고객)와 그들이 지닌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측정하여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해석하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물론 마케팅조사의 진정한 목표는 경영진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조사결과 자체가 의사결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즉, 마케팅의 주요 의사결정요소인 고객의 욕구, 신제품개발, 시장세분화, 포지셔닝, 마케팅 믹스,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마케팅 성과 등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와 행동, 시장의 변화 등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조사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소비자들은 단편적으로 사고하기 보다는 통합적으로 사고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사람들의 사고가 선형적이고 위계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사람들은 케이크를 먹을 때 케이크 원료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맛보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케이크를 통째로 한꺼번에 맛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MP3 플레이어를 구매할 때, 가격, 용량, 음질, 디자인 등 각 구성요소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요소들을 한꺼번에 고려하여 제품을 구매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요소 때문에 구매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통합적으로 고려한 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조사의 결과를 단편적으로 사용한다면 마케팅 담당자들이 생각했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마케팅 조사의 양은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 두 가지 측면에서 양과 질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조사의 규모를 대량으로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본수가 크면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무한정 표본수가 커진다고 하여 신뢰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마케팅조사의 경우 모집단과 표본프레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적정 규모, 즉 통계처리에 문제가 없는 정도의 표본수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시간적인 제약 또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적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이면 족하다.

그리고 조사의 결과물, 즉 보고서의 양을 엄청나게 늘리는 경우도 문제 중의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통계편을 포함한 보고서의 전체 쪽수가 1,000쪽을 넘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렇게 해야 뭔가 조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과연 누가 다시 들여다 볼 것인가? 여기서 어떤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작 중요한 소비자의 행동의 원인에 대한 규명이나 전략적 시사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조사의 양보다는 조사결과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셋째, 조사의 결과치는 대부분 숫자(통계치)로 되어 있다. 대다수 마케팅 담당자들은 숫자가 바로 의사결정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그렇게 응답했기 때문에 비록 마케팅에 실패하더라도 실패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소비자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요한 것은 통계치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는 단지 숫자일 뿐이다.

넷째, 조사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실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사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지만 실제 마케팅조사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목적에 의해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진행되거나 맹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전년도에 했던 조사이기 때문에 금년도에도 그대로 해야 마케팅 담당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물론 고객만족도나 서비스품질, 또는 브랜드자산을 조사한다면 해당 기업의 고유 모델에 의해 지표의 추이를 분석할 수 있도록 전년도와 동일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조사목적은 분명하게 지표 추이 분석에 의한 전략개발 및 개선 대안의 수립 등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조사하면 뭐든지 다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조사해도 응답자들이 표현하지 않는 내용, 또는 표현할 수 없는 내용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질문하면 무엇이든지 소비자들이 대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문제(조사내용)에 대해 사전에 생각해 본적도 없고 시간을 내어 그 문제를 지금 생각할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요청된 조사에 대해 모든 것을 대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즉 응답에 따른 한계점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은 표층적인 현상만을 답하지 그 내면에 깊숙이 숨어 있는 욕구, 즉 심층적인 생각은 겉으로 잘 들어 내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내면의 정보를 읽어 내고 아이디어를 찾아서 이를 마케팅 전략 개발에 활용하여 마케팅 성과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마케팅조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제대로 된 조사를 실시해야 마케팅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시냇가의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너야 안전하다. 마케팅조사는 바로 시냇가의 돌다리를 미리 두드려봄으로써 발을 내디뎌도 되는 돌인지 그렇지 않는 돌인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조사한다면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조사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행동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은 예측이 가능할 때가 많다.

마케팅조사 결과의 전략적 활용 및 새로운 통찰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소비자 경험을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하게 질문을 던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그들은 자신의 선입견에 기초하여 설문 문항과 답안을 설계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는 질문만 던지게 된다. 일례로 미국의 일류 신용카드업계 경영자는 표적집단면접(FGI)을 통해 형성된 일화적인 증거(anecdotal evidence)를 근거로 젊은 성인들이 특정한 이유로 신용카드 보유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판단하였고, 그러한 특정한 이유에 초점을 맞춘 설문을 설계하여 조사하였다. 이 조사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었음에도 경영자의 가정을 검증하는 데 그치고 말았을 뿐, 경영자 자신은 그 조사설계 자체에 편견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조차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 경영자가 조사할 동안 경쟁업체는 신용카드 보유동인을 경영자가 생각하는 원인에 한정하지 않고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이 업체는 다양한 잠재동인을 밝힐 수 있었고, 그러한 동인도 소비자 개인이 카드를 사용하는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발견하였다. 그래서 이 카드회사는 조사를 통해 획득한 새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훨씬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함으로서 목표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제럴드 잘트먼, How Customers Think).

마케팅조사는 어떤 정보를, 어떤 정보원으로부터, 어떤 수단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여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조사의 목적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여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적합하게 분석했을 때 그 결과를 유효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시냇가의 돌다리를 두드렸는데 잘못된 정보로 왜곡되어 있는 결과를 믿고 돌다리를 건넌다면 보기에는 안전할 것 같으나 실제로는 물에 빠질 염려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왜곡이 없는 온전한 조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TV광고의 소재로 사용된 실험조사의 예를 가지고 조사의 목적과 한계, 그리고 오용에 대해 한번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미 알려진 광고이므로 여기서는 실제 브랜드를 노출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최근에 집행된 맥도널드의 ‘맥카페’광고는 실험이라는 방법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로 제작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여기에는 광고의 소재로 선택된 실험에 오류가 있고 그 오류가 조사방법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왜곡된 결과가 사실로 오인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맥카페의 브랜드매니저나 광고대행사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이 브랜드의 특성을 제시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이러한 실험을 기획 했을 수도 있으나 만약에 이 조사결과를 진짜로 이해하고 전략을 구상했다면 아마도 잘못된 조사의 결과로 인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할 필요가 있다.     

예제의 광고를 좀 더 상세하게 들여다보면, 먼저 여러 명의 연기자가 동일한 커피에 대해 2,000원과 4,000원 짜리 커피 중에서 모두 4,000원짜리를 선택하게 하고 마지막 피실험자에게 의견을 요구하는데 피실험자는 고민하다가 4,000원짜리 커피를 선택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 광고에서 실제 실험 장면이라는 자막을 보냄으로써 광고를 시청하는 소비자들에게 실험의 결과를 믿도록 하고 있다. 조사방법은 실험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에 앞의 연기자들에 의해 피실험자는 자기 의지와는 달리 사회적인 정의(여기서는 4,000원짜리 커피 선택)에 부합하는 결정을 해야만 보편적인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자기 의지와는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편승효과(band-wagen effect)라고 하는데 주변의 여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실험설계는 응답오류를 일으키도록 설계된 잘못된 설계이다. 올바르게 실험을 하고자 했다면 아마도 1대1의 비공개 실험을 했어야 했다. 만약 이렇게 실험을 했다면 그 결과는 아마도 광고로 보여진 내용과는 다르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른 광고들에서는 한 여성이 동일한 커피에 대해 평가 요구를 받고, 2,000원짜리 커피와 4,000원짜리 커피에 대한 맛 평가를 하게 된다. 그 결과 피실험자 모두 4,000원짜리 커피가 자기 입맛에 맞고 더 좋다고 평가 한다. 여기서 동일한 커피에 대해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맛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가격에 의존해서 평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반소비자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백로효과(snob effect)로 인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다른 사람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보다 비싼 가격을 선택한다는 속물 근성을 은근히 비꼬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실험 역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블라인드테스트(blind-test)를 하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제품의 브랜드가 아닌 가격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은 엄연히 브랜디드테스트(brand-test)라고 할 수 있다. 즉, 가격이 브랜드 역할을 함으로써 응답자들은 가격에 의해 품질을 평가하는 전형적인 가격-품질 연상고리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품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에 가격이 높은 경우 그 제품이 더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는 일반적인 현상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만약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설계된 실험이라고 간주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실제 실험장면이라고 자막으로 보여준 이상 이 실험은 잘못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조사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악용하거나 혹은 잘 모르고 하거나 모든 경우에 시장 혹은 소비자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를 도출하여 그 결과를 경영에 반영하여 사용한다는데 따른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마케팅 성공을 위한 조사와 그 결과의 활용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신뢰성과 타당성을 갖춘 조사 설계와 분석, 그리고 검증을 거쳐 정확하게 사용할 때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시한번 조사방법에 대해, 그리고 그 결과의 활용에 대해 새로운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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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현재 밸류바인의 대표이며,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컨설팅, 조사연구, 데이터분석 그리고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저술한 책으로는 '지금 당장 마케팅 공부하라', '마케팅 리서치', '한국형 포지셔닝', '공공브랜드의 전략적 관리', '시장조사의 기술' 등이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켓 센싱 및 인사이팅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