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축적의 길 : Made in Korea의 새로운 도전, 이정동, 2017.
축적의 길 : Made in Korea의 새로운 도전, 이정동, 지식노마드, 2017.
글.구자룡 밸류바인 대표(경영학박사)
축적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변화와 문턱’을 주제로 강연 준비를 하면서 같은 맥락의 단어라 생각하여 다시 한번 정독을 했다.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문턱 밑까지 축적의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그 턱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턱을 넘을 수 있을 만큼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하고 있을 때 나에게로 온다. 물론 이 책에서는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의 길에서 찾고 있다. 현재 우리는 데자뷔가 아니라 자메뷔(기시감), 즉 너무나 익숙한 방식에서 생경한 듯한 상황으로 갑자기 변한 환경에 당황하고 있다는 표현에 깊이 공감이 된다. 매일 같은 도로를 운전하는 습관적인 상황에서 어느 날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때 초보운전자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나에게 읽히는 모습에서 나를 다시 되돌아 본다. 지금 이 상황에 놓여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매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축적의 길과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요 내용]
p.21. 중간소득 함정(Middle Income Trap). 한 국가의 경제가 가난한 상태를 벗어나 성공적으로 경제개발을 시작하더라도 ‘중간소득’ 수준에 이르면 이상하게도 성장이 서서히 멈추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p.32. 건강한 산업생태계는 낡은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이 퇴출되고, 그 자리에 새살이 차오르듯 새로운 기업과 제품이 재빨리 등장하는 활발한 신진대사가 특징이다.
p.35. 모두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는 터널의 입구에 막 들어섰다.
p.45.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제품의 개념을 최초로 정의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앞 단계의 밑그림 그리는 부분을 ‘개념 설계(concept design)’라고 하고, 밑그림대로 시행한다는 의미에서 뒤의 단계를 ‘실행(implementation)’이라고 한다. 모든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개념설계와 실행으로 이루어진다.
p.51. 개념설계는 설계회사가 하는 일이 아니다. 그 누구라도,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새로운 밑그림을 제시할 수 있다면 개념설계를 하는 것이다.
p.52. 아이폰이라는 개념설계와 함께 애플은 통신분야의 글로벌 챔피언 기업이 되었다.
p.66. 지금까지 하던 일을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가 더 악화될 따름이다. 톱날이 무뎌져서 톱질이 신통치 않을 때는 더 열심히 톱질할 것이 아니라 톱날을 새 것으로 갈아야 한다.
p.71. 개념설계 역량은 사 오거나, 아이디어 하나 얻었다고 금방 생기지 않는다. 오래도록 직접 그려보고, 적용해보면서 시간을 들여 꾸준히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p.80.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역량은 매뉴얼로 만들 수 없다. 직접 그림을 그려보고, 적용해보고, 안 되는 경우를 경험해보고, 다시 그림을 고치는 과정을 반복해보아야만 길러지는 역량이다.
p.85. 창의적인 개념설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합해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창의적이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가득 보유한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우연으로 말을 섞게 되는 것이 또 다른 새로운 밑그림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p.87. 글로벌화된 시대, 연결망의 시대, 구글링 하면 모든 것을 클릭 몇 번으로 알아낼 수 있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물리적 위치에 창의적인 사람들이 더 모이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p.90. 불행하게도 발견하자마자 놀라운 개념설계로 변신하는 그런 파랑새 같은 아이디어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도록 아이디어를 키워나가는 스케일업(scale-up, 정률 증가)이란 과정을 버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p.101. 2003년 앤디 루빈이 창업한 안드로이드라는 이름을 가진 벤처회사를 구글이 2005년 5천만 달러에 인수하였고, 지난한 추가 스케일업 노력을 더한 후 2008년부터 내놓은 플랫폼이다.
p.102. 결론적으로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과정을 버티지 못하면, 기가 막힌 아이디어도 그냥 흘러가는 시간 때우기용 잡담에 불과하다.
p.104. 스케일업이라는 위험 가득한 과정을 버틸 수 없으면 아이디어에서 혁신까지의 바다를 건너갈 수 없다.
p.106. 매 작품마다 전설을 써온 픽사의 창의성은 사실 그 어떤 애니메이션 회사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했다는 것에 그 비밀이 있다. 창의적인 것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것을 만날 때까지 많이 시도한 것이다.
p.112. 진정한 전문가에게는 스케일업 과정이라는 험한 바다를 건너온 깊이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있다.
p.131. 혁신적 제품이 되었건,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건 반드시 현장을 옆에 두고, 직접 사용해보고, 시행착오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밑그림을 고치는 반복적 순환과정을 거쳐야 새로운 개념설계가 완성된다.
p.139. 월리엄 캄쾀바(William KamKwamba)는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꿈의 풍력발전기를 완성했다.
p.142. 월리엄 캄쾀바 이야기는 아무리 천재적인 개념설계의 아이디어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의 축적된 지식이 없으면, 구현되는 결과물은 불 품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결국 주변에 축적된 지식의 양과 수준에 의해 개념설계의 도전 수준이 결정되는 셈이다.
p.147. 월리엄 캄쾀바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풍력발전기를, 일론 머스크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재활용 로켓 발사 시스템을 만들었다. 바로 주변에 동원 가능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가 차이를 만들었다.
p.165. 중국 산업은 몸집은 분명 골리앗인데, 다윗처럼 영리하고 날래기까지 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p.172. 중국발 개념설계의 비밀은 넓은 내수시장, 즉 공간의 힘으로 시행착오를 빠르게 축적하면서 개념설계 역량을 기르는 데 필요한 시간을 압축한다는 데 있다.
p.194. 실행이 중심일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가 관심사이지만, 개념설계를 해야 할 때는 ‘왜’ 하는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독창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없다.
p.206. 성장이 정체되는 이유는 혁신 역량의 중심이 실행에서 개념설계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p.234. 이제 마음의 프레임 자체를 빨리빨리에서 장기적 지평으로 전환하고,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나가는 기술 선진국의 마인드로 바꿀 때다.
p.252. 처음부터 어른으로 태어나는 기업은 없다.
p.252. 하나의 개념설계가 탄생하는 과정은 전형적으로, 여러 번 소총을 쏘면서 매번 쏠 때마다 과녁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체크한 다음, 쏘는 방향을 조금 조정한 후 다시 쏘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과녁에 접근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스몰 베팅 스케일업 전략이다.
p.268. 조금 전에 보았던 장면이 그대로 반복되는 데자뷔(Deja vu), 즉 기시감(旣視感)
p.268. 기시감의 반대말은 미시감이다. 늘 익숙하게 반복되던 일이었는데, 갑자기 처음 접하는 일처럼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질 때 자메뷔(Jamais vu), 즉 미시감(未視感)이라는 말을 쓴다.
p.269. 그간 너무 익숙해져서 편안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즐기고 있던 운전자가 갑자기 낯선 길과 처음 보는 풍경을 만나 화들짝 놀라 갈팡질팡하는 초보운전자처럼 땀을 흘리는 중이다.
p.269. 축적의 길을 나서는 우리의 첫걸음은 우리를 눈부신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관행과 결별하는 쉽지 않은 일에서 시작된다.
p.269. 벼룩 길들이기. 높이뛰기 선수로 유명한 벼룩이라 하더라도 뚜껑을 덮은 유리병 속에 한동안 가두어 놓으면, 뚜껑을 제거하고 난 다음에도 병의 높이 이상을 뛰지 않는다.
p.270. 습관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행동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는 유명한 과학계의 에피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