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한 <골목길 자본론>
모종린, <골목길 자본론>, 다산3.0, 2017.
<훔치고 싶은 한 문장>
골목길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그곳에서 무엇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리뷰>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처음은 2019년도에 홍천 도시재생 연구용역을 수행할 때였고, 이번에는 독서 토크 모임에서 발제를 맡으면서 다. 저자의 연구와 경험이 녹여져 있고 오랜 기간 천착한 느낌이 강한 책으로 매우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골목길에 대한 소개가 아니라 경제 관점에서 골목상권을 분석하고 문제를 찾아보고 활성화를 위한 대안 및 방법까지 제시되어 있다. 지역 정체성과 산업으로 골목길을 바로 보는 시각이 신선하다.
한 때 유행하는 골목투어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상권으로 그리고 문화유산으로 가꾸고 키워야 할 자산 중의 하나가 바로 골목길이다. 이미 골목이라고 할 만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산업화 과정에서 골목이 붕괴되었지만 그래도 지역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골목은 포기할 수 없는 자원이다.
익선동을 1년 동안 10여 차례 방문하면서 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한 곳을 여러 번 방문하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익선동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골목길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서울에 남아있는 근대의 몇 안 되는 유산으로 우리가 지키고 가꿔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곳이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투자가치가 없는 관계로 살아남은 아픈 역사가 있다. 함께 고민하고 발전적인 논의를 한다면 아직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홍천군의 홍천미술관 주변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도시재생의 방안을 찾고자 할 때도 역시 고민하면 방법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논리에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보는 황당함도 경험했다.
이 책에서는 익선동을 포함하여 홍대 거리, 제주 탑동 오라리오 길, 경리단길의 장진우 거리, 대전의 성심당 길, 광주의 쿡 폴리 등 발전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해외 사례들로 다양하게 제시하고 국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골목길, 골목상권, 지역 경제, 로컬 비즈니스 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골목상권의 성공 조건으로 C-READI 모델을 제시하고 문화 자원과 문화 정체성으로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한국의 골목상권이, 골목길이 훌륭한 문화 자산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p.6. 골목길은 기억, 추억, 역사, 감정을 기록하고 신뢰, 유대, 연결, 문화를 창조하는 사회자본인 것이다.
p.7. 개성 있고 창의적인 소상공인이 모인 거리만이 매력적인 골목문화를 생산한다.
p.8. 골목상권은 사업자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한 하나의 지역산업이다. 상인 개개인은 독립적인 사업을 운영하지만, 동시에 지역 브랜드를 공유하고 다른 지역과 경쟁하는 지역산업의 일원이다.
p.21. 2000년대 골목상권의 부활은 1960년대 이후 대세로 자리 잡은 주거와 쇼핑의 단지화에 역행하는 새로운 변화였다.
p.23. 건축가 유현준은 소비자들이 골목 안의 상업시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골목길의 밀도와 우연성으로 설명한다.
p.30. 골목길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그곳에서 무엇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지, 내가 이곳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지 미리 생각해두지 않으면 골목 초입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p.30. 내가 여행할 때 주된 테마로 삼는 것은 지역 정체성과 산업이다. 그곳의 지역 특색을 생각하고 그에 기반한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소상공인과 기업을 찾는 것이다.
p.47. 골목길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골목 상권의 활력과 경쟁력이다.
p.48. 골목경제는 한마디로 “골목으로 상징되는 지역 단위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교환, 분배 및 소비와 관련된 모든 인간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p.88. 도시여행자는 단순히 특정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도시만의 콘텐츠를 즐긴다.
p.90. 도시여행자의 목적지는 도시가 아니라 도시의 한 동네다.
p.91. 자연과 역사 유적이 아닌 도시문화야말로 우리나라 관광업의 비교우위다.
p.93. 지자체가 카페, 맛집, 독립서점, 공방,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등 도시여행자가 선호하는 상업시설을 적절한 유인책으로 골목상권에 유치해야 한다.
p.118.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지만, 듀플리케이션(복제화) 예방을 위한 현실적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p.126. 골목상권의 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쟁력이다.
p.128. 성공한 골목상권은 경기가 나쁠 때도 꾸준히 유동인구를 유발하는 상점, 즉 거점 상점을 보유하고 있다.
p.129. 스타벅스를 찾는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주변 가게를 방문해 전체가 활성화되는 스필오버(spillover)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관광객들도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p.278. 존재하지 않는 테마를 재개발하고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보다, 이미 보유한 자산을 보호하고 더 키우는 것이 도시재생의 정신이다.
p.330. C-READI 모델 : 골목상권 성공 조건
p.339. 공공재와 골목 가치 투자를 유발하는 공동체 인식의 확산이 궁극적으로 골목상권의 지속 가능 발전에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