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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미래>, 로컬이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로컬의 미래 : 헬레나와의 대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 최요한 역, 남해의봄날, 2018.

원서 : Local is Our Future(미출간) 


문경에 농지를 매입하면서 로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향이 의성이고, 농부의 아들이지만 일찍 도시로 유학을 떠나온 후 막연하게 가졌던 귀농 귀촌에 대해 이제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귀농 귀촌 후의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획과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몇 년 전 <반농반X의 삶>이란 책을 통해 동경했던 반농반X의 삶을 위한 반X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반X를 작가로 저술과 작업을 하는 “반작”으로 명명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로컬 중심으로 관심을 이동하려고 한다. 여러 권의 마케팅과 경영 전문서적을 출간했고, 사진작가로서 몇 번의 입선과 그룹 전시회, 3권의 그룹 사진집도 출간했다.   

이 책 <로컬의 미래>는 오랫동안 로컬라이제이션 운동을 펼치고 있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글과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유명한 책인 <오래된 미래>의 내용을 근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로컬 중심의 경제공동체 회복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거시 경제학 관점의 다양한 자료들이 로컬을 주장하는 근거로써는 좋은 소재이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는 데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여러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문제의 대부분을 대기업 중심의 정책과 대기업이 추구하는 이익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으로 인식하는 부분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근간은 결국 인구증가와 관계되고 대량생산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접근이었고, 도시화가 급속하게 전개된 것은 사람들의 생계와 삶의 질을 추구한 측면이 다분히 있는데 이런 긍정적인 사회 기여보다는 악덕 경영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원인과 결과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원인과 결과가 역행할 수도 있는 사회 현상들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될 것 같다.  

공정무역의 문제를 지적한 부분에 일부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소비자는 착한 소비로 알고 공정무역을 주창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만 실제는 대기업의 술수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 대기업 역시 더 철저하게 지구촌에 불어닥친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화에 대해 여러 설명들이 있지만 지역화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안내가 없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큰 그림 행동주의를 주창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으며, 여러 정책 제안을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이것을 받아서 수행해야 할지 모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지역화의 중요성과 왜 지금 이런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역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를 좁히고, 인간적인 규모(서로를 알 수 있는 정도)로 되돌리는 로컬 경제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가치 활동이 될 것이다. 로컬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각자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열린 로컬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겠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p.5. 지역화(localization)는 에너지 소비를 빠르게 줄이고, 의미 있고 생산적인 일자리는 늘리는 진정한 분권화입니다. 

p.11. 지역화는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경제학이다. 빈부 격차를 크게 줄이고, 에너지 사용과 공해를 줄인다. 아울러 지역화는 행복의 경제학이다. 개개인을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 다시 이어 주기 때문이다. 

p.15. 지역화는 경제 활동을 변화시켜서 지역 사회와 인간을 다양하게 만든다. 나는 지역화를 ‘경제를 지역으로 가져오기(bring the economy home)’라고 부르고 있다. 

p.65. 지역화란 경제를 분권화하여 지역 사회와 지방, 국가의 가치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지 되도록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기업이 독점하고 장악하는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균형을 잘 잡자는 뜻이다. 

p.85. 지역화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단지 전통문화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통문화는 지역의 자원과 지식에 의지해서 사람들의 물질적 필요를 채웠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리고 공동체의 유대를 최우선에 두고 소속과 안정을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켰다.  

p.142. 세계화는 끊임없는 ‘바닥을 향한 경주’다. 

p.146. 지역화란 경제를 로컬 문화, 로컬 환경, 로컬의 필요에 따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청사진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p.152. 지역화란 경제를 인간적인 규모로 되돌리자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고, 각자 지역 사회에서 수행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스스로의 행동에는 사회적, 생태적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규모를 줄이자’는 뜻입니다.